안동 월령교와 민속촌

고개숙인 논밭의 열매 노랗게 익어 가는 가을이지만 누구에게는 지옥 같은 입시의 계절... 수시 논술을 봐야 하는 고 3인 아들이 학교에서 종로학원 논술 강사를 섭외해 매주 지도를 받고 있긴 하지만 당장 이달 말에 논술고사가 있어 조급한 마음에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판단, 학원을 알아보니 영주에는 논술 전문 학원이 없어 안동 사는 사촌 여동생에게 수소문해 지도를 받기로 했습니다. 


나야 학력고사 시험 성적에 따라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면 되는 지극히 간단 명료한 과정을 거쳤지만, 요즘 대학입시는 수시에 정시에 내신에 수능에 복잡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수시에 지원하려면 논술 전형과 학생부 전형을 먼저 선택해야 하고 그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쓰고 추천서를 받아야 되는 등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이 대기업 입사보다 더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어머니의 (치맛바람) 정보력과 아버지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린 누구 하나 해당사항이 네요.


한 번에 보통 4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니 기다리는 동안 아이 입시를 핑계로 집사람과 안동의 이곳저곳을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첫 방문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는 나무 인도교인 월영교... 월령교는 2003년 완공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다리 한가운데 설치한 팔각정이 기울어져 보수 공사를 했으며 2007년엔 불량자제 사용과 부실시공으로 교량 상판과 난간이 썩어 통행이 금지된 후 11억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추가 투입 상판과 난간을 교체한 이력이 있습니다.



기울어진 팔각정은 바로 세웠고 썩은 난간과 상판은 걷어 내고 새로 깔았네요. 이렇게 두 번 이상 혈세를 쏟아부어야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입니다.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은 미라 진석이 너희들은 좀 맞아야겠다.



내가 집사람과 연애할 땐 갈 곳이 없어??? 대부분 시간을 강가에서 스래이트에 삼겹살 구워 먹거나 싫다는 낚시하러 강에 억지로 데리고 다닌 기억 밖에 없는데 요즘 연인들은 갈 곳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고 놀 거리도 많습니다.



추석도 지났는데 한낮 햇살은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따갑네요.



월령교에서 바라본 상류 안동댐 방향...



월령교는 안동댐과 유량조절용 댐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유량조절용 댐이란 발전을 위해 방류를 할 경우 하류 수위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댐입니다.



월영교에서 시작된 산책로가 강둑을 따라 민속 박물관까지 쭉~ 뻗어 있습니다.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군요.



널찍한 길이 있는데도 창조경제 원칙에 따라 일부러 산책로를 만들었고 산책로 따라 아름드리 벚나무를 잘 가꿔 놨습니다. 벚꽃 흩날리는 시즌에 다시 와 보고 싶네요.



사대주의, 남존여비, 허례허식, 당파싸움의 원인이었던 유교를 계승하고자 세계유교문화 축전을 열고 유교 박물관을 세우는 등 온갖 쓸데없는 짓을 해대는 자칭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안동의 정신문화가 도대체 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머플러에 구멍 난 자동차처럼 굉음을 내며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도로의 양아치 빠라 바라 빠라바 족들...



월영교 건너편에 자리한 안동 민속박물관 단지는 실내 박물관과 야외 박물관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실내 박물관에는 관혼상제와 민속놀이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야외엔 안동댐을 건설할 때 수몰지역에 흩어져 있던 고 가옥을 이전하여 민속촌처럼 조성해 놓았습니다. 민속박물관은 관람객이 전혀 없어 입장표를 끊으려다가 왠지 호구 짓을 하는 것 같아 패쓰~



민속촌 입구엔 두마리 용이 물을 뿜어 대는 연못과 국적 불명 정자가 세워져 있고 주위를 예쁘게 잘 가꿔 놓았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의 잠자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이 졸고 있는 오빠~



베어링에 윤활유라... 어느시대 물레방아를 재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소한 것을 그냥 보고 넘기지 않는 예리한 관람객도 있습니다.



야외 민속촌에 전시된 고 가옥들은 실제로 있던 집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거랍니다. 문 턱 높이를 봐서는 마루가 있어야 하는데 옮기는 과정에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생략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까지 마루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건지... 문화재란 원형 그대로 복원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사실에 입각해서 필요하면 보완을 해야지 저렇게 대충 해 놓으면 옛날 집은 사다리 타고 드나들었다고 믿겠네요.



스트레스 푸는 데는 멀쩡한 문풍지에 구멍 내는 것보다 포장용 뽁뽁이를 터트리는 게 더 좋은데...



건축을 전공한 내가 볼 때 우리나라 전통 한옥은 결코 쉽게 지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만, 현실적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운 형태가 바로 귀틀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통나무를 엣지 있게 쌓고 사이를 진흙으로 메운 후 대충 지붕 덮으면 끄읏...



야외민속촌을 지나 KBS 드라마 촬영장으로 넘어가는 길에 집 사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더니... 돌아가자고 자꾸 보채네요. 여편네 평소 운동 좀 하라니까 말 안 듣더니...



야외 민속촌을 지나 고갯길을 올라서자 KBS 드라마 촬영지가 나타납니다. 태조왕건을 비롯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 쾌도 홍길동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네요.



안동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계남 고택과 까치구멍집 등 고 가옥을 최근 옮겨왔으며 지금까지 빈집으로 방치했던 가옥 8동을 새 단장해 ‘행복 전통마을 구름에’라는 이름으로 고택 체험 숙박시설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기왕 힘들게 올라 왔으니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은데 집사람이 돌아가자고 떼를 써 아쉽지만 고마 돌아섭니다.



다시 월령교를 지나 차에 돌아와 땡볕에서 기다리려니 깝깝했는데 다행히 첫날이라 일찍 마친다고 문자가 날아오네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빵 좋아하는 빵순이 집 사람과 빵돌이 아들이 기를 쓰고 사 먹어야 한다고 해서 찾은 맘모스제과. 한국에서 빵집으로는 대전 성심당과 안동 맘모스제과 단 두 곳만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 사에서 발간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 안내서 별 세 개를 받았습니다.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빵집이라고 하는데 빵 안 먹는 내 입엔 에펠탑 빵집과 비교하니 거기서 거기...

영원히 남의 얘기고 고민인 줄 알았던 고 3 학부형... 앞으로 넉 달간 입안이 바짝바짝 마를 걸 생각하니 이 가을이 마냥 아름다울 것 같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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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심 2014.09.17 12:00 신고

    작년 여름 친구들과 다녀왔는데 또 가보고 싶네요. 다른 곳도 부탁드립니다. ^^;

  2. 빵순이 2014.09.17 16:50 신고

    맘모스제과 빵 유명해서 일부러 찾아 갔었는데 무려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맛은 그닥 ㅠㅠ

  3. BlogIcon 바람처럼 2014.09.17 21:08 신고

    안동댐 주위에 볼거리가 참 많에요 시간내서 꼭 가봐야겠습니다 좋은 여행지 소개해 주셔서 감사 ㅌ

    • Favicon of http://www.autoboy.pe.kr BlogIcon 변기환 2014.10.08 00:28 신고

      네~ 시간 되시면 다녀오세요. 좋은 여행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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