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20년 넘게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친구가 며칠 전 모임에서 친구들을 초대했다. 집사람과 집사람 친구 셋은 내 차로 나중에 오기로 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먼저 출발했다. 

얼핏보면 포도 같으나 포도보다는 송이와 열매가 작은 머루다.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머루 작황이 별로라고 하는데 이 머루는 알도 굵고 먹음직스럽게 잘 익었다.

쉬엄쉬엄 달렸더니 2시간이 다 되어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이 아늑하고 포근한 게 마치 고향에 온 것 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오늘 잠시 쉬어갈 이 동네 마을회관인데 참 시골스럽게 꾸며 놓았다. 주방과 큰방이 하나인 본채와 그 옆에 작은방이 하나인 독채가 있다.

군불을 얼마나 많이 지폈는지 아랫목은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나는 뜨거워 오래 앉아 있지 못하겠는데 집사람과 집사람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버티고 앉아 있다.

마을회관에서 잠시 기다리자 그제서야 집사람이 도착했다.

먼저 자전거를 분해해서 차에 실어놓고

우리 때문에 남겨 놓았다는 고추도 따고

송이버섯이 나는 산에 올라 송이버섯 채취도 직접 하며 느긋하게 오후를 보냈다.

송이버섯은 껍질을 살짝 벗겨내고 그냥 먹으면 아삭아삭 씹히는 느낌과 향이 독특하다. 지금은 송이버섯과 소고기를 함께 먹지만, 예전 송이가 흔하던 시절에는 숯불에 석쇠를 놓고 송이버섯만 구워 먹기도 했다. 

올 해는 날씨가 좋지 않아 송이버섯 수확량이 매우 적어 등외품이 15~17만 원 정도 한다고 하는데, 통큰 친구는 얼핏 봐도 3Kg는 넘는 것 같은 송이버섯을 내 놓았다.

농사만 잘 짓는 줄 알았는데 이 친구 칼질도 남다르고 가족에게 자상하며 인자하다.

친구 내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집사람과 집사람 친구들이 소고기 주물럭과 반찬들을 준비해 갔는데, 어느틈에 다녀왔는지 소고기를 사왔다.

송이버섯은 샤부샤부가 최고란다. 마시마, 양파, 파, 무를 넣고 오랫동안 끊인 육수에 송이버섯과 소고기를 살짝 익혀 내면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메주로 간장을 담근 뒤에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가 된장인데 그래서 색이 탁한데 이집 된장은 색도 곱고 맛도 좋다.

직접 재배한 들깨로 짠 들기름의 맛과 향은 시중에 파는 들기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다.

송이버섯은 참기름에 찍어 먹는 줄 알았는데, 들기름에 찍어 먹어보니 참기름과는 다른 맛이 있다.

남은 국물에는 라면사리를 넣어 끊여먹고...

샤부샤부에 불고기까지 정말 숨쉬기 힘들 정도로 많이 먹었다.

농촌 가을은 너무 바빠서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 속담도 있는데, 너무 피해를 많이 주고 온 것 같아 미안하다. 다음 주말에는 아침 일찍 가서 종일 일이라도 거들어 주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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