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 향적봉

등산경로 : 삼공매표소 -> 백련사 -> 오자수굴 -> 중봉 -> 향적봉 -> 무주리조트
산행시간 : 약 6시간 (휴식, 점심시간 포함)
평소 친하게 지내는 두 분과 지리산 등산을 계획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지리산은 포기를 하고 대신 덕유산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두 분이 각각 구미와 상주에 거주하는 관계로 덕유산과 가까운 상주에 집결하여 덕유산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 7시 상주로 출발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때 차 안에서 측정한 기온이 영하 16 도였다. 중부지방에 눈 예보도 있어 가는 길이 걱정된다.

삼공매표소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10분. 이번 산행에는 몇 년 전 무릎 수술을 한 분이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릴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삼공 매표소를 출발하여 백련사를 거쳐 중봉에 오른 다음 향적봉 정상에서 무주 리조트로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기로 했다.

사전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곤돌라 운행시간이 오후 4시 30분까지라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면 곤돌라 운행 시간까지 도착해야 한다.

잠시 쉬는 동안 새 여러 마리가 먹이를 달라는 듯 사람 근처까지 와서 촐랑거린다. 배낭을 뒤져보니 과자 부스러기 하나 없어서 그냥 돌아서는데 괜히 미안하다.

삼공매표소를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백련사에 도착했다. 무릎 수술을 한 일행이 오랜만에 신은 등산화에 발 뒷부분 피부가 벗겨져 피가 맺혔다. 다행히 내 배낭에 압박붕대와 밴드, 반창고 등이 있어 서둘러 까진 부위에 밴드를 바르고 붕대를 두른 다음 반창고로 고정했다.

응급 처치 후 아이젠을 보니 4발짜리라 자주 미끄러져 그대로 계속 걷다보면 발 상태가 더 심각해 질것 같아 내 아이젠을 벗어주고 아이젠 없이 걷기 시작했다.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는 백련사는 규묘가 제법 큰 사찰이었다. 경내도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고 샘터를 개방하여 관광객과 등산객이 목을 축일 수 있게 배려하고 있었다.

일행이 매우 힘들어 해 백련사에서 중봉으로 바로 가는 등산로가 있어 그쪽으로 질러갈까 망설이다 처음 계획대로 오자수굴을 지나 향적봉으로 가기로 했다. 

힘들어 하는 일행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특히 사타구니가 많이 아프다고 했다. 운동부족이 원인이다. 평소 매일은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최소한 이틀은 한 시간 이상 빨리 걷기운동을 하는 게 좋다.

백련사를 지나온지 얼마 후 점심을 먹기 위해 배낭을 열어보니 이럴 수가!!! 내가 내 몫으로 챙겨 넣은 김밥이 없다. 차에서 분명히 배낭에 넣었고, 좀 전 응급처치용품을 꺼낼 때도 들어 있는 걸 확인 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아까 응급용품 꺼낼때 배낭을 나무다리 난간에 거쳐 놓았는데 그때 배낭에서 빠져 다리 밑으로 떨어진 것 같다. 눈 위에 떨어진지라 소리가 나지 않아 몰랐던 것이다.

김밥 여섯 줄을 사서 각자 두 줄씩 나눴는데 그중 두 줄은 아침 겸으로 먹었고 나머지 네 줄이 점심인데 그중에 두 줄을 잃어버렸으니 낭패다.

부족한 점심은 향적봉 대피소 매점에서 사서 먹기로 하고 김밥 두 줄을 장정 셋이 나눠 먹었다. 부족한 점심이 내 탓이라 일행에게 미안하다.

이런 날씨가 얼마나 찬지 배낭 그물망에 넣어 두었던 두유가 얼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점심도 부족한데....

점심을 먹은 후 서둘러 출발하여 오수자굴에 도착했다. 오수자굴은 내부가 무척 넓어 그 안에 십여명 학생들과 어른들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굴 밖에는 공원관리인이 입는 점퍼를 입은 사람 서너 명이 등산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수상해서 살짝 동굴 안을 보니 상황이 파악된다. 일부 등산객이 버너를 이용하여 점심을 해 먹은 것이다.

처음엔 학생들과 인솔 교사 인것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학생들은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었고, 인솔교사로 착각한 사람은 이들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산악회원들이었다.

국립공원에서 취사와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국립공원이 아니더라도 건조한 겨울철에는 산에서 불을 피워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산불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먹겠다고 많이 챙기면 그 만큼 배낭은 더 무거워지고, 간단히 조금만 먹겠다고 조금만 챙기면 그만큼 배낭 무게는 가벼워진다.

산에서 라면을 끊여 먹는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 1리터로 라면 2개를 끊이기에는 모자란다. 2명 분의 라면을 끊이기 위해서는 물 1.2리터와 버너와 코펠 ,수저등이 필요하고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

따끈한 점심을 원한다면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준비해 컵라면을 끊여 먹으면 된다. 보온병마다 특성이 있어 보온력이 다르지만, 경험에 의하면 왠만한 보온병도 4시간 정도 지난 후에도 컵라면을 데울 수 있을 만큼 보온력이 있다.

컵라면만으로 점심이 부실하다면 보온 도시락에 따뜻한 밥을 준비해도 좋다. 내가 얼마전에 구입한 보온 도시락은 밥은 넣은 후 6시간이 지나도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보온력이 우수했다. 보온병과 보온 도시락은 값비싼 외산 제품보다 이름있는 국산 제품이 더 우수하다. 보온력을 더 높이려면 물이나 밥을 담기 전 뜨거운 물을 미리 담아 약 3~5분 정도 예열을 한다.

버너를 피워 점심을 먹은 등산객에게 3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공원관리인이 말했다. 코펠이 여러개 보이길래 점심을 해 먹은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컵라면을 끊이기 위해 버너를 피웠단다. 굉장히 비싼 컵라면을 먹은 셈이다. 같이 있었던 많은 대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내심 흐뭇했다. 저 학생들은 나중에 어떠한 경우라도 산에서 취사를 하지 않으리라. 

오수자굴 안에는 낙숫물이 떨어져 고드름 기둥을 만들어 놓았는데 마치 석회암 동굴의 종유석과 석순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삼공매표소에서 오수자굴까지는 오는 길은 산책로 수준이다. 그러나 오수자굴을 지나자 가파른 계단이 보이고 이 계단을 시작으로 중봉까지 약 40분 정도 힘겨운 산행이 시작된다.

중봉이 가까워지자 구름인지 안개인지 자욱하여 한 치 앞도 분간할 수가 없다. 카메라도 렌즈에 성에가 껴 흐리고 초점도 맞지 않아 아래 사진들이 그 중 잘 나왔다고 생각한 몇 장들이다.

오수자굴을 지나온지 40분 후 중봉에 올랐다. 덕유산은 바람이 세지 않아 소백산 비로봉에 비하면 따뜻한 느낌이다.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실지로는 장갑을 벗으면 곧바로 송곳으로 손끝을 찌르는듯 시리고 차다.

발 뒤가 까진 일행이 허벅지 아픔을 계속 호소해 다른 일행이 잠시 틈만 나면 두드리고 주무르고 해서 억지로 이곳까지 왔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종아리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때가 3시 40분 곤돌라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덕유산 대피소를 지나고 있다. 원래 계획은 부족한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하고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는 것이였는데 곤돌라 운행 시간 때문에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삼공매표소를 출발한 지 6시간 드디어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도착했다. 나 혼자였다면 4시간 정도 예상되지만 아픈 일행이 있어 훨씬 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끝까지 종주한 일행이 대견하다.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서 곤돌라 타는 곳까지 얼마나 걸릴지 몰라 내가 먼저 출발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바로는 휴일에는 곤돌라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져 곤돌라를 못 탈 수도 있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 곤돌라 운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정보 때문에 내가 먼저 내려가 확인 해 보고 미리 표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4시 30분이 지나도 곤돌라는 운행되었고 표를 구입하고 장비를 벗고 챙기는 사이 일행이 도착하여 곤돌라를 타고 하산할 수 있었다.

매년 한두 번은 스키장을 가는데 올해는 아직 못 가봤다. 갑자기 스키가 타고 싶어진다. 아이 방학이 끝나기 전에 가까운 오투나 하이원이라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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